도로헤도로 (2020)

도로헤도로 (2020) ドロヘドロ
감상한 날짜: 2024년 05월 13일
★★★★☆ (4/5)
원작  하야시다 큐 『대다크』
감독  하야시 유이치로 『카게구루이 xx, 카케구루이 트윈』, 『페르소나 5 더 로열』
로그라인  본래의 모습(인간)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도마뱀인간의 모험

 

 홍콩 느와르 X 이탈리안 마피아 X 그로데스크가 섞인 마니악함을 보고 제일 처음 든 생각:
"와 후지모토(『체인소맨』 작가)가 좋아하겠는 걸"

오프닝이 다른 의미로 강렬해서 계속 보게 돼...

 이야기는 도마뱀인간이 본래의 모습(인간이었던 모습)을 되찾으려는 내용이다. 기억도, 얼굴 모두 말이다. 그러면서 차차 주변 인물들과 엮인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게 된다.

 처음 도로헤도로는 주변 관련 미술학원 선배들에게 들었었다. 그 중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당시에 선배들은 미술학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면접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웹툰, 만화 시장에서 수요가 없는 소재이오나, 매니아층을 통해 작품성과 수익을 다진 사례도 있습니다. 저 또한 국내에서 다양한 소재로 작품성을 늘리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이런 내용이었다.

 마니악한 소재, 매니아층을 다진 작품. 그것이 바로 도로헤도로? 궁금했다. 그때의 나를 말하자면, 만화 중에서도 하드보일드한 계열 (예시 작품: 『베르세르크』, 『죠죠의 기묘한 모험』, 『공각기동대』) 이 제~~~~~일 취향이 아니었다. 하지만 선배의 저 말이 나를 흥미에 이끌게 만들었다. 더해서 학원 선생님들의 작품을 향한 극찬이 있었기에, 관심은 더 커져갔었다.

 

도로헤도로는 무슨 작품일까.
작품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없으면서, 장르에 대한 이해도도 없으면서, 그저 무작정 보고 싶었다.

　작품의 전개와 세계관 설명은 매우 불친절하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애니메이션을 보다 중도하차를 했었다. 작품의 문제가 아니었다. 단지, "내가 아직 작품을 많이 안 봐서 그렇구나. 인풋과 이해도를 늘려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은 들이맞았다. 확실히, 인풋을 늘리고 오니 어떻게 작품을 보고 이해 해야하는지에 대한 포인트를 알아냈다. 그리고 『도로헤도로(2020)』라는 작품을 보면서, 『공각기동대(1995)』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하드보일드한 분위기와 소품 소재는 물론이오, 작품에 대한 전개 방식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다.

 

 추후에 알고보니, 원작인 작가(하야시다 큐)가 공각기동대를 좋아한다더라. 그림체가 지문이라는 말이 있듯이, 영향받은 소재와 작품에서는 족보... 가 있는 것 아닐까? 존경했던 것을 이어 받고, 이어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이어서 또 다른 세대가 영향을 받고, 작품을 만들 듯이...

풀 샷에서 보여주는 마법 연출, 또는 개그 연출.

 작품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중간중간에 환기하는 포인트였던 것 같다. 작품 진행에 대한 속도는 빨랐지만, 떡밥을 1기에서(였기에) 풀어내지 못한 답답함. 어쩔 수 없이 루즈한 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도로헤도로는 그럴때마다 간단한 환기를 시켜준다. '마녀가 마법하는 듯한' 연출을 한다든지, 우스꽝스러운 설정을 컷씬을 넣는다든지...

 때로는 가볍게 넣은 포인트(환기)들이 작품의 배경을 더욱 다져주기도 한다. 『도로헤도로』의 미술 또한, 재밌게 볼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아쉬웠던 점은 OVA와 본편의 조화였다.

도로헤도로 OVA. 원작의 화풍이 강하게 느껴진다.

 본편에서는 RGB 원색에 강한 라이팅과, 깔끔한 선. 그리고 3D모델을 썼다. OVA에서는 원작에서 보여주는 정리되지 않은 선(거친 텍스처 느낌), 연필 선, 간단한 2D 애니메이팅을 쓴다.
 제작비 등 흔히 여러 '어른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OVA의 느낌을 본편에서 느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았었다.

 

 『도로헤도로』 1기는, 결국 떡밥 하나 안 풀린 채 원점으로 돌아간다. 열린결말을 연출하며 엔딩이 난다. 원작에 대한 궁금증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애니메이션'화' 했을 때의 사명 아닐까?

 

 재밌었다! 시간이 나면 원작도 읽고 싶다. 작가가 그린 펜터치와 작품의 소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구경해보고 싶어졌어.
 올해 2기 제작결정도 났다고 했으니, 꼭 챙겨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