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1995)

러브레터 (1995)
감상한 날짜: 2024년 06월 10일
★★★★☆ (4/5)
원작  이와이 슌지 『러브레터』
감독  이와이 슌지
로그라인  알 수 없는 펜팔을 통해, 서로의 옛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영화를 보게 된 이유: 친척들이랑 가족들이 옛날부터 나보고 '오겡키데스카~~' 대사 따라해보라고 시킨 것 때문에

 후기: 피눈물 났고, 제 2의 추억의 마니를 잡았다는 것에 울분이 커지네요? (ㅋㅋㅠㅠ)

 유명한 일본의 고전 멜로 영화. 사고로 죽은 남자 히로인. 그 히로인과 연관된 인물들이, 모종의 펜팔로 연결되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제와서 새삼스럽지만...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멜로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로맨스가 주축으로 이동되기 시작하면, 내가 잡았던 주식은 모두 날아가서. 또 다른 이유는, 난잡한 인물관계에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아서이다. 누군가는 말하겠지, "그 맛에 멜로랑 순정 장르 보는거라고" .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러니까나는그게XX너무고통스럽다고요" (보다가 맘처럼 진행되지 않는 전개에 피토함)

 영상미. 옛날의 그 '몽글몽글한 필름효과' 가 나서 좋았다. 소품배치도, 전형적인 재패니즈풍(쇼와시대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할까... 하지만 머리통 구석 한 켠에선 교수님이 "보통 일본영화에서 뿌연 보정같은 필름을 쓰는데 저는 그거 매우 싫어해요" 라고 말씀하셨던 게 계속 떠오른다. 수업 내용이 자꾸 떠올랐기에,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보며 웃플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영화의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누군가는 펜팔을 통해 과거를 이겨내고, 누군가는 무의식 속으로 잠겼던 과거를 꺼내보게 된다. 서로 비슷한 얼굴의 주역들이 정반대의 이야기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인물의 관계도란 참 재밌고 신기한 구조인 것 같다. 작품을 끌게 하는 것은 소재, 또는 작품의 미관적인 것도 들어있겠다만 독자를 이끄는 것은 어디까지나 작품 속 주인공들일테니까. 이러한 인물관계를 좀 더 폭 넓은 방식으로 알 수 있게 되어서 좋았었다. (평소에는 소년만화의 전형적인 관계도밖에 알지 못하였으니까)

 옛날 감성이니까... 옛날에 만든 작품이니까. 하지만 나는 핏속까지 너무 슬펐던 점이 있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이라든지, 작품이라든지, 감독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말한다면 '나' 의 문제였다. 그건 바로 내가 "백합러" 였다는 점...

 작품을 보는 내내 와타나베X후지이(여) 가 이어지기를 바랬다. 물론 그럴 일은 전혀 없겠지만.

 다만, 작품 속에서 서사를 충분히 쌓을 수 있는 위치의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왕자님' 곁으로 떠나는 헤테로 엔딩이, 나를 매우 피눈물나게 했다. 그냥 속이 쓰렸다. 죄송합니다, 원래 저는 이런 사람이라서요 (하단 직접 만든 만화 첨삭)

24년 3월달에 그린 만화긴 한데요, 이를 토대로 둔 감정선은 여전히 변치 않은 것 같습니다.

 아... 그냥 보면서... 뭐라고 해야할까... 개 빡이, 쳐오르는 것입니다... ... ... 하지만 이것도 중반부에 가서 그랬지, 후반부에 가서는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다시 빡이 오르는 겁니다...

 이유는 영화의 결말이 너무 완벽했기 때문이죠... 뭐라 반박할 여지도 없었습니다... 그냥 , 그냥 뭐라고 해야하지 .XX, 여운을 가지고 '그래... 니들이 행복하면 나는 됐다...' 라고 자포자기를 했달까... ... ...

 여러의미로 좋은 멜로 영화였다. 한 가지 신경쓰이는 점이 있었다면, 컷씬마다 카메라가 부들부들 떨려서 나까지 흐리~멍텅, 게슴~츠레 하게 봤다는 점이었다. 자꾸 흔들렸기에, 초점이 안 맞아서 눈이 아팠다. (후반부 가서야 의도 된 연출임은 알았다만...)

 역시 하이라이트 장면은 이 장면. PAN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때 인상 깊었다. 그리고 왜 그렇게 가족들이 '오겡키데스카~~~ 오겡키데스카~~~' 해달라고 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그냥웃음

 

 재밌는 영화였어... 서양권 영화를 보다가 아시아권 영화를 보면, 역시 나는 이쪽 감수성에 더 맞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취향도 아시아권 영화가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했고...

 옛날 고전 영화를 더 찾아보고 싶은 계기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