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란 (2007)

사쿠란 (2007) さくらん

감상한 날짜: 2023년 10월 23일

★★★☆☆ (3/5)

원작  안노 모요코 《슈가슈가룬》

감독  니나가와 미카 《불량공주 모모코》

로그라인  유곽에 팔린 여자아이가 오이란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영상미가 인상깊었다. 종종 금붕어와 관련된 메타포가 나왔다.

 일본에서의 금붕어(킨교) 혹은 비단잉어(코이)란, 「어항 속에선 예쁘지만 강으로 돌아가면 금방 퇴색된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이는 관리자 혹은 윗사람에게 순응하라 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작품 내에서 어항 속의 금붕어가 계속 튀어나오는 연출이 있었다. 혹은 이를 계속 보여준다. 또한, 첫번째 시퀀스와 후반부의 시퀀스가 비슷한 것이, 되풀이 되는 유곽의 폐해를 보여준다고 느꼈다. 작중 인물 중, 키요하와 세이지는 분명 유곽에서 탈출했지만 금방 붙잡혔을 거란 암시를 보여준다.

 

 이 외에는 작가가 보여준 인물간의 감정 선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세심하고 뒤숭숭한 감정을 연출로도 잘 보여줬다고 느낀다. 어쩌면 단조롭고 보수적이라 느낄 수 있는 레이아웃들이, 감독의 연출력으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나는 니나가와 미카 감독의 필름색감과 레이아웃이 좋다. 좋게 말하면 '만화같고', 천박스럽게 말하면 '정신 사납다' 겠다. 정신 사납다는 뜻은 결코 나쁜 의미로 담긴 말이 아니다. 어린아이스러운 마음을 계속해서 심어준다.

 그러나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어른이라서 그런지, 대비되는 이 연상이 굉장히 기분나쁘게 다가온다. 가지고 있던 의미와 개념을 깨부수는 연출이 좋다! ─란, 니나가와 미카 감독의 작품을 말하는 것일테다.

 

 영화를 다 보면 남는 기억이 이것밖에 없다.

 연출이 좋다. 레이아웃이 예쁘다. 색감이 좋다. 주인공의 감정선이 인상 깊었다.

 일본 문화를 말하고 싶었던 걸지, 그 시절의 로맨스 감성선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걸지, 타국인이 보고 난 이후에 남긴 감상은 별로 남아돌지 않았다.

 결국엔 작품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남으려면, [대다수가 동조하고 공감할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와 [지금 시대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는사회적 난제(문제)를 보여주고 있는가] ─라는 주제가 작품에 있는가? 를 보아야 것이다.

 딱잘라 말하자면, [유곽에 대한 비운을 고발하고 싶었던 건지], [로맨스의 애틋한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건지], 작품을 보며 계속 헷갈렸다. 이후엔 [인스턴트로 즐길만한 영화] 로 정해버렸지만... 작품에 정의를 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건 별개의 이야기지만, 일본 로맨스 특유의 감정선... 로맨스라인 관계라고 해야할까, 비슷한 류를 띄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웃겼다. (흥미로웠다.) 《이 세상의 한 구석에(2016)》 라는 작품과 《가구야 공주 이야기(2013)》도 이런 느낌의 로맨스였어, 하하

 첨언을 더 하자면, 《홍등(1991)》 하고도 비슷한 류를 띄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필름 색감이라든지, 가지고 있는 주제라든지, 인물의 감정선이라든지 등등... 그렇지만 《홍등(1991)》이 더 좋은 영화라고 느낀 이유는, 아무래도 그거겠지.

 그 시대 상의 사회적 난제(문제) 를 이야기하려 했고,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 또한 비슷한 난제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런 것의 인상깊음 (깊이) 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다음에도 가볍고 재밌는 작품을 보면 좋겠네!

 이런 필름 색감을 가진 일본 영화를 더 찾아보고 싶다.